왜 내가 이러는지 알고 싶을 때
별일 없는 하루인데도 마음이 이상할 때가 있다. 평소처럼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고,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평범한 저녁을 보내는 하루인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쿡 하고 내려앉는 느낌이 든다.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누가 상처를 준 것도 아니고,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 이유 없이 예민해지고 작은 말에도 감정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처음엔 ‘피곤해서 그런가?’라고 넘기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지고 그 감정은 더 또렷해진다. 마치 내 안의 어떤 존재가 조용히 울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 계속해서 몸 안 어딘가를 두드리고 있는 듯하다. 이럴 때 나는 스스로에게 자꾸 묻게 된다. "왜 내가 이러는 걸까?" "지금 이 감정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그냥 기분이 꿀꿀한 걸까, 아니면 내 마음이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그럴수록 나는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누군가가 건네주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감정을 털어놓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실 더 간절한 건 ‘이 감정이 무엇인지, 왜 이런 반응을 하고 있는지’를 함께 바라봐 줄 누군가다. 공감도 위로도 중요하지만, 나는 그 감정이 보내는 의미가 궁금해진다. 알고 나면 풀리는 감정이 있고, 알아야 비로소 흘러갈 수 있는 감정도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에.
1. 감정은 이유 없이 오지 않는다 – 수용소에서 배운 진실
빅토르 프랑클은 나치 수용소에서 온갖 고통을 겪으며도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의사이자 심리학자로서 수용소 안에서도 사람들의 미세한 감정 변화를 유심히 관찰했고, 그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회복력을 바라보았다. 어떤 날은 아무 말 없이 벽을 바라보는 수감자의 눈빛에서 절망을 읽었고, 또 어떤 날은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은 생의 의지를 감지했다. 그는 감정은 단지 반응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세상에 대해 보내는 깊은 신호라고 보았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결코 이유 없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며, 그 안에는 반드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프랑클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종종 우리의 일상도 수용소만큼 극단적이진 않지만 그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감정의 수용소를 가지고 있다.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은 척하느라, 또는 너무 사소하다고 느껴져서 말하지 못하고 눌러버린 감정들이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튀어나오곤 한다. 그 감정들은 단지 짜증이나 피곤함이 아니라, 마음이 오랜 시간 묵혀온 결핍이나 외로움, 상처가 형태를 바꿔 다시 나를 찾아온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면 감정은 더 강하게 몸에, 표정에, 말투에, 관계에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예전처럼 그냥 넘기기보다, 그 감정이 말하고자 하는 걸 들으려 노력한다. 처음엔 그저 서운한 줄 알았던 마음이 알고 보니 오랫동안 인정받고 싶었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괜히 불안했던 하루는 내가 너무 오래 내 감정을 돌보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감정은 언제나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문제는 우리가 그 말을 얼마나 귀 기울여 듣고 있는가이다.
2. 여자들의 촉 – 마음이 먼저 알아채는 순간들
흔히 여자들은 촉이 발달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촉이라는 게 초능력이 아니라, 나는 마음이 세밀한 파장을 먼저 감지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이 먼저 올라오는 순간들. 연애 중일 때, 평소엔 “응 :)”이라고 보내던 사람이 어느 날은 “응.”이라는 짧은 메시지를 보내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것. 친구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떨리는 날, 아이의 눈빛이 평소보다 맑지 않을 때, 퇴근한 가족이 평소처럼 웃고 있지만 그 안에 어딘가 말 못한 피로가 묻어 있을 때, 혹은 SNS에 올린 지인의 글 한 줄이 이상하게 다른 감정의 색을 띠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말보다 먼저 감정이 흐르고, 마음이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순간들. 이럴 때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괜히 오해하는 걸까?” 그렇게 느꼈던 감정은 자주 묻히고, 정리되지 않은 채 마음 안에 남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그 촉은 단지 예민함이 아니라, 내 마음이 보내는 아주 정직한 신호였다는 것을. 그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 그게 마음공부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흘려보내기 전에, “왜?”라고 묻는 시간. 그 시간을 혼자 감당하는 대신, 함께 앉아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감정은 더 이상 두렵거나 불편하지 않게 된다.
3. 문학 속 인물도 알고 있던 감정의 결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인물들이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풍기는 순간을 만난다.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에서 와타나베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과 상실 속에서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그는 말로 슬픔을 표현하지 않지만, 독자는 그의 시선과 고요한 행동에서 무너져내리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프랑츠 카프카의 『변신』에서도 주인공 그레고르는 벌레가 된 자신의 처지보다 가족의 반응에 더 상처받는다. 말 한마디 없이도, 그를 대하는 어머니와 여동생의 눈빛에서 거절과 단절을 읽어낸다. 이처럼 감정은 언어보다 먼저 흐르고, 언어가 따라오지 못하는 진실은 몸짓과 분위기, 공기의 결을 통해 흘러나온다. 우리는 그런 미묘한 결을 자주 감지하면서도 애써 무시하려 한다. 이유를 알 수 없다고, 애매하다고, 근거 없다고. 하지만 문학이 보여주듯, 설명되지 않는 감정에도 반드시 맥락이 있다. 내가 느낀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라, 나만의 삶과 연결된 무언가가 있다는 신호다. 그걸 함께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진짜 감정의 회복이며, 우리는 그걸 배워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자리를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나를 만나는 자리 | with NOA》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은 감정을 평가하거나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냥, 그 감정을 함께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들어주는 시간이다. 우리는 ‘왜 내가 이러는지 모르겠는 날’에,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지 않고 ‘이유가 있을지 모른다’고 말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조용히 앉아, 당신의 감정이 하는 말을 기다려주는 자리. 그것이 NOA가 존재하는 이유다.여기서는 눈물을 참지 않아도 괜찮고, 말을 잘 하지 않아도 괜찮고, 그저 내 감정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만 느낄 수 있다면 충분하다. 오프라인 상담, 온라인 ZOOM 상담, 전화 상담 중 가장 편한 방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상담의 방식보다 중요한 건 이 자리에 머무는 당신의 마음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자세한 상담 안내는 다음 글에서 조심스럽게 전해드릴게요. 우리, 조용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with noamindc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