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 – 먼저 떠난 가족을 가슴에 안고 사는 날들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다는 건 마음속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일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일상 속 작은 장면에서도 그리움은 불쑥 찾아오고,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목소리 하나가 마음을 흔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간이 흘러도 아픔은 그대로인데, 다만 그 아픔과 조금씩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뿐이다. 나는 먼저 떠난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미어진다. 문득 그 얼굴이 떠오르면, 마치 지금 이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모든 게 흐려진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거나, 억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을 닫고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달라졌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나는 내 감정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다. 피하려고 하지 않고, 억누르지도 않으면서도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방법. 그것은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고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움이 올라올 때, 나는 이제 그것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마음속에서 말한다. “그리운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그 말은 나를 비난하지도, 억지로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말이다. 그리고 그 인정은 신기하게도 마음에 숨 쉴 공간을 만들어준다. 감정은 도망치려 하면 더 크게 소리치지만, 그냥 바라보면 조용히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저 떠난 가족들을 생각하면 여전히 아프고,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가슴이 먹먹하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 마음과 함께 살아간다. 그리움을 없애려는 싸움 대신, 그리움을 안고 하루를 살아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슬픔은 사랑이 지나간 자리라는 말을 떠올리며, 오늘도 나는 그 사랑의 흔적을 조용히 품는다. 이 글은 나처럼, 깊은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간다. 어쩌면 당신도, 매일 무너질 듯한 마음을 간신히 다잡으며 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 모른다. 그 마음, 결코 작지 않다는 걸 당신도 알아줬으면 한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내는 당신이 얼마나 단단한 사람인지, 스스로 조금은 느껴줬으면 좋겠다.
1.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
사랑하는 이가 떠난다는 것은 삶의 일부가 찢겨나가는 일이다.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이 너무 선명해서, 사라졌다는 사실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고, 마치 지금도 어디선가 살아있을 것만 같아 자꾸만 기억을 더듬게 된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것 같아서 문득 들려오는 음악 한 소절, 지나가는 계절의 냄새 하나에도 그 사람이 떠오른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날에 불쑥 찾아오는 그리움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날카롭다. 너무 갑작스럽게 밀려와서 때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아프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정은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리움은 죽은 감정이 아니라 살아 있는 감정이다. 우리는 미워하는 사람은 쉽게 잊을 수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은 결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알게 되는 건,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슬픈 진실이기도 하다. 가족이라는 존재는 그렇게 뿌리처럼 나를 지탱해주던 존재였고, 한 번 사라지고 나면 세상이 조금씩 기울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가끔 내가 정말로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놀랄 때가 있다. 그만큼 많은 밤을 울었고, 많은 낮을 참았고, 무너지고 싶은 마음을 부여잡으며 버텨낸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움은 지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그리움을 억지로 지우려 할수록 마음은 더 크게 저항한다. 그 사람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그 기억이 더 선명하게 떠오르고, 감정은 더욱 통제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한다. 나도 한때는 그랬다. 이 감정이 너무 아파서, 그 사람의 사진을 보지 않으려 했고, 기억이 나는 노래를 일부러 피하고, 그 이름조차 입에 올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은 더 큰 소리로 그 사람을 부르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깨달았다. 이 마음을 없앨 수는 없구나. 그렇다면 이제는 품어야겠다고. 그리움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감정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실을 인정한 순간,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을 떠올려도 무너지지 않게 되었고, 가슴이 아파도 숨 쉴 수 있게 되었으며, 눈물이 흘러도 그 눈물 속에 따뜻함이 함께 깃들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립고, 여전히 보고 싶고,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허전하지만, 그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을 더 이상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그리워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기도 했다. 내가 그만큼 사랑했었고, 그만큼 소중했으며, 그 감정이 아직도 살아 있다는 건, 내가 여전히 인간답게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떠나간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을지 몰라도, 그 사람과의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있고, 그 기억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 힘들고 외로운 날,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그 마음을 밀어내지 말자. 그 감정은 나를 아프게 하려고 오는 게 아니라, 나를 살아 있게 해주는 방식 중 하나일 수 있다. 그리움 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끼고, 그 살아 있는 나를 다시 다독이며, 오늘도 하루를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떠난 이와 함께 살아가는 가장 깊고 조용한 방법 아닐까.
2.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
우리는 자주 감정을 참으라고 배워왔다. 울지 말라고, 약해 보이지 말라고, 힘들면 이겨내라고. 그래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으면 꾹 삼키고, 아프다는 말은 괜히 분위기를 가라앉힐까 말하지 않고, 가슴이 무너지는 순간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버린다. 나 또한 그렇게 살아왔다. 힘든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으며,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무너지는 게 두려웠다. 그래서 감정은 늘 억눌렀고, 그 억눌린 감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안에서 무겁고 뾰족한 무언가가 되어 마음 구석구석을 찔러댔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감정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감정을 바라본다는 것은 결코 감정에 휘둘리는 것과 같지 않다. 오히려 진짜 감정의 주인이 되는 일이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이 왜 올라오는지, 그 감정 속에 어떤 기억과 상처가 숨어 있는지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족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플 때,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이렇게 말해주는 것이다. “지금 내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너무 그립고 외로운 마음이 올라오고 있구나.” 그 단순한 인정만으로도 마음은 순간, 고요해질 수 있다. 억누르려는 순간 감정은 더 커지지만,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은 ‘안전하다’는 신호를 받는다. 그리고 그 안정감은 결국 나를 다시 중심으로 되돌려준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감정을 참는 법만 배워왔기에, 처음에는 무섭고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순간 그 슬픔에 잠길까 봐, 혹은 다시는 못 빠져나올까 봐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감정은 물과 같아서 억지로 막으면 터져 나오고, 흐르게 두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억누른 감정은 몸과 마음에 병이 되고, 바라봐 준 감정은 회복과 연결의 에너지가 된다. 그리움, 외로움, 슬픔, 미안함… 그런 감정들이 올라올 때마다 나는 이제 그 감정을 억지로 몰아내지 않는다. 대신, 잠시 멈추어 나의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이제 감정이 올라오면 조용히 말해준다. “그렇게 아픈 마음이구나. 괜찮아. 함께 있어줄게.” 그렇게 내 마음에 말을 걸어주다 보면, 감정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나 스스로에게 조금 더 다정해진다. 감정은 괴물이 아니라, 나의 일부이며, 나의 진짜 목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움이 올라올 때, 그 감정이 나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라, 나를 회복시키는 순간이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경험해보면, 더 이상 감정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감정과 친해진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과 친해지는 일이다. 그리고 감정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며,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움도, 슬픔도, 외로움도, 모두 우리가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이자, 여전히 그 사랑을 가슴에 품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바라보는 건 단순한 심리 기술이 아니라, 사랑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아프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여정.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삶의 모든 순간에 나를 온전히 데려가는 일이다.
3. 잊으려 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마음의 태도
예전의 나는 그리움을 견디는 방식으로 ‘잊는 것’을 택했다. 마음이 너무 아플 때는 기억을 지우는 것이 가장 빠른 회복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떠난 사람의 사진을 서랍 깊숙이 넣어두고, 목소리를 떠올릴 만한 노래를 일부러 피하고, 마음이 무너질까 봐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애썼다. 마치 잊는 것이 곧 회복이고, 자꾸 기억하면 더 아플 거라는 생각에, 나는 감정을 덮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게 되었다. 진짜 회복은 잊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그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누군가를 잊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특히 그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준 존재였다면 더 그렇다. 사랑은 흔적을 남긴다. 함께했던 말과 표정과 손길, 계절과 풍경과 기분마저도 그 사람을 담고 있다. 그래서 잊으려 애쓸수록 마음은 더 깊은 저항에 부딪히고, 억지로 잊으려 한 흔적들만큼 마음엔 또 다른 상처가 남는다. 그때부터 나는 방향을 바꾸었다. 이제는 억지로 그리움을 없애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리움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한다. 문득 떠오른 얼굴이 눈물 나게 그리워질 때면, 조용히 눈을 감고 속삭인다. “응, 오늘도 네가 많이 생각나.” 그렇게 인사하듯 그리움을 맞이하고, 그 감정과 함께 잠시 머문다. 이제는 안다. 그 사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를 확인하게 되고, 그리움 속에서 내 마음이 얼마나 단단하고 여린지를 동시에 느끼게 된다. 그 감정은 나를 아프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과정이기도 하다. 떠난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그리움을 억제하거나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내 일상 속으로 천천히 끌어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따뜻한 햇살이 스며드는 오후에 문득 차 한 잔을 마시며 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리는 것. 그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채워지고, 더 이상 그리움이 나를 무너뜨리는 감정이 아니라 내 안에서 조용히 숨 쉬는 감정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함께 살아간다는 건 때로는 그리운 마음을 안고 길을 걷는 것이고, 때로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듯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리움이 올라올 때마다 “또 이러면 안 되지”라고 다그쳤지만, 지금의 나는 “그래, 그리운 마음이 또 왔구나. 괜찮아, 네가 그만큼 사랑했단 거야”라고 말해준다. 그리움은 더 이상 이겨내야 할 적이 아니며, 견뎌야 할 무게도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로 살아가며 경험한 깊이이며, 내 삶의 일부가 된 소중한 감정이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을 나와 함께 데리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때론 무거울지 몰라도, 결코 부끄럽거나 숨겨야 할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움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슬픔과도, 사랑과도 함께 살아간다는 뜻이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더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누구보다도 마음의 깊이가 넓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젠 그 마음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히 품고, 나를 더 따뜻하게 만드는 감정으로 살아가고 싶다. 내가 그렇게 살아내는 모습을 통해 언젠가 누군가가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그 사람과 내가 여전히 함께 이 세상에 남아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나는 그 마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고, 그 과정 자체가 나에게는 소중한 삶의 여정이다.
4. 그리움 속에서도 나를 안아주는 마음의 힘
그리움은 마음을 짓누르기도 하고, 한없이 부드럽게 감싸기도 한다. 때론 가슴 깊숙이 무너지는 감정으로 다가오고, 때론 말없이 눈물을 머금은 채 조용히 내 곁에 앉는다. 누구도 그 감정을 대신 느껴줄 수 없기에, 우리는 종종 혼자라고 느낀다. 너무 아픈 마음에 “이젠 정말 안 되겠다” 싶은 순간도 있지만, 그런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배우게 되었다. 어떤 감정도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그리움도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다른 모양으로 자리를 잡고 나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밀어내지 않고 품어줄 수 있을 때, 마음은 조금씩 따뜻해진다는 것을 말이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가장 많이 배운 건, 결국 나를 안아주는 힘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타인의 위로는 순간의 온기일 수는 있어도, 그 온기를 붙잡아두는 건 결국 나 자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움이 밀려와 숨이 턱 막히는 밤, 나는 이제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 지금 너 참 많이 보고 싶구나. 괜찮아. 그 마음, 내가 알고 있어.” 그 짧은 문장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른다.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해주는 그 한마디. 그것이 내 감정을 인정해주고, 지금 이 순간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런 말을 자신에게 건넬 수 있다는 건, 스스로를 돌볼 수 있다는 증거다. 슬픔 속에서 나를 안아주는 일은 단순한 감정 위로가 아니다. 그것은 내 존재 전체를 끌어안는 따뜻한 행위다. 그리움 속에서도 “나는 여기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찾는다.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그 그리움 속에서도 여전히 나를 지켜내고 있다는 감각이 들 때, 마음은 흔들리면서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게 흔들리는 자신을 바라보며 천천히 다독이는 일이야말로, 진짜 용기다. 세상은 늘 강해지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진짜 강함은 울면서도 스스로를 껴안아주는 데 있다는 것을. 어느 날엔 괜찮다가도, 갑자기 무너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도 나는 이제 예전처럼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다.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라는 말 대신, “오늘은 그리운 날이구나. 그런 날도 있지”라고 말해준다. 그 한마디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어주고, 그리움 속에서도 스스로를 잊지 않게 해준다. 결국 내가 매일 조금씩 내 마음을 안아줄 수 있을 때, 외롭고 아픈 시간 속에서도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된다. 삶이란 그렇게, 감정과 감정을 끌어안으며 나를 보듬어가는 일의 반복이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된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결국 내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가는지를. 그리움이 아무리 깊어도, 그 안에서 나를 품어줄 수 있다면 우리는 다시 웃을 수 있고, 다시 사랑할 수 있고, 다시 살아갈 수 있다.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조용히 흘리는 눈물 속에도 나를 품는 따뜻한 마음 하나가 있다면, 그건 결코 무너지지 않는 중심이 되어준다. 그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나에게 다정한 말을 건넨다. “괜찮아, 너는 잘하고 있어. 이렇게 아픈 날에도, 살아내고 있잖아.”
5. 아픔을 품으며 살아가는 나의 방식
삶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아픔을 동반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그중에서도 가장 깊고 오래 남는 상처 중 하나다. 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기도 하지만, 때론 아무 이유 없이 또렷하게 되살아나 마음을 흔든다. 나는 그런 날이 아직도 있다. 이유 없이,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듯한 날. 사라진 목소리가 그리워지고, 다시는 볼 수 없는 눈빛이 가슴에 박혀 숨이 턱 막히는 날. 예전에는 그런 날을 ‘무너진 날’이라 생각하며 애써 감추려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조금 다르게 그런 날을 바라본다. 아픔이 오는 날은, 내가 살아 있는 날이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날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픔을 품는다는 건, 무조건 참는 것도, 감정을 꾹 억누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 스스로를 가둬두지 않는 일이다.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을 땐 그냥 무너진 채로 있어보기도 하고, 눈물이 날 땐 굳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조용히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바라보며 “지금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이 작은 말들이 나를 다시 일으키는 방식이 되었다. 나는 이제, 내 감정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그 감정과 함께 머무르며 하루를 살아내는 연습을 할 뿐이다. 그렇게 살다 보니, 아픔이 나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은 종종 우리에게 잊으라고 말한다. 이제 그만하라고,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지만 나는 안다. 잊는 것이 살아가는 길이 아님을. 오히려 아픔을 있는 그대로 품고, 그 속에서 나만의 속도로 숨 쉬는 것이야말로 진짜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을. 나는 더 이상 슬픔을 밀쳐내지 않는다. 슬픔은 내가 사랑했던 모든 기억의 흔적이고, 그 기억은 여전히 내 삶의 일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 감정을 없애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아픔은 내 안에 또 하나의 방을 만들었다. 그 방은 고요하고, 때로는 너무 조용해서 무서울 때도 있지만, 그 안에는 내가 잃어버린 모든 것들과 내가 지켜낸 모든 것들이 함께 숨 쉬고 있다. 나는 그 방을 더 이상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주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힘을 얻는다. 그 방에 머물러 있는 기억들은 나를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를 사람답게 만든다. 사랑했고, 잃었고,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이 내 삶을 진짜 삶으로 만들어주고, 지금의 나를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에너지로 남는다. 나는 오늘도 그 아픔과 함께 하루를 산다. 때로는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안부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나를 잠 못 들게 만들고, 어떤 날은 그리움 덕분에 하루를 따뜻하게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감정은 늘 움직이고, 나 역시 그 감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해간다. 이제는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상처받은 나, 무너진 나, 다시 일어선 나, 그리고 여전히 아픔과 함께 살아가는 나. 이 모든 내가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나는 그런 나를 꽤 괜찮게 여기게 되었다.
그리움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오늘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뜻
가족을 먼저 떠나보내고 살아간다는 건, 매일을 가만히 견디는 일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 마음만은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고 있고, 잊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문득문득 그들의 온기가 살아나는 그 순간들을 품고 살아간다. 그리움은 잊어야 할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감정이라는 걸 알게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그 마음을 억누르지 않는다. 눈물이 날 땐 참지 않고, 보고 싶은 마음이 밀려올 땐 조용히 그리워한다. 아픔이 올라올 때면 나를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그런 감정을 품고 있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그래, 너 참 많이 사랑했구나.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사랑하고 있구나.” 삶은 때때로 너무 버겁고, 사랑은 때때로 너무 깊어 아프지만, 그 모든 감정은 결국 내가 얼마나 살아 있느냐를 보여주는 표식이다.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감각보다, 차라리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는 요즘이다. 나는 이제 안다. 이 감정을 억지로 덮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감정은 내가 살아 있다는 신호이고, 내가 여전히 그들을 내 삶 안에 품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나는 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이 삶이, 내 안에서 조용한 평화가 되기를 바란다. 가끔은 여전히 울고, 여전히 허전하고, 여전히 너무나 그립지만, 그런 감정까지도 다 품어 안으며 걸어가는 나의 삶을 스스로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그리움이 찾아와도 숨지 않고, 외로움이 밀려와도 도망가지 않으며, 오히려 그 감정과 함께 걸어가기로 결심한 나. 그게 바로 오늘을 살아내는 나의 방식이고, 나만의 회복이며, 나만의 사랑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처럼 먼저 떠나보낸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워하는 당신의 마음은 결코 약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당신은 충분히 단단하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방식으로 슬퍼하고, 기억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기억은 누군가를 아프게만 하는 게 아니라, 결국은 나를 지켜주는 가장 따뜻한 울타리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오늘도 나는 조용히 다짐한다. 그리움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오늘도 여전히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뜻이라는 걸. 그 마음을 소중히 품고, 내일도 나답게 살아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