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본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가장 깊이 마주하는 일이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배워왔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움직여야 하고, 감정을 없애려면 분석하거나 설명해야 하며, 고통은 극복해야만 끝나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살아가다 보면, 어떤 일은 애써 붙잡을수록 더 멀어지고, 어떤 감정은 억지로 밀어낼수록 더 짙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나아지는 감정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음공부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무엇을 고치고 바꾸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훈련, 바로 ‘바라봄의 연습’ 말이다. 처음엔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이걸 보고만 있으라고? 괴로운 마음을 그냥 두라고? 하지만 점차 그저 지켜본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힘이 있는지를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바라본다는 건 방치하는 것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장 용기 있는 마주함이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때, 그를 바꾸려 하기보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바라봐주듯, 나를 향한 시선도 그리 되어야 했다. 나의 부족함, 나의 불안함, 나의 연약함까지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애였다. 그 길 위에서 배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것을. 그저 바라볼 수 있을 때, 내 안의 무의식은 조금씩 정리되고, 내 마음의 흐름은 고요한 강처럼 제자리를 찾아간다. 삶은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라봄’ 속에서 조용히 회복되어 간다.
🌿 1. 감정을 고치려 들지 않고 ‘그대로 두는’ 힘을 배우다
우리는 슬픔이 찾아오면 기운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불안이 올라오면 그 감정을 떨쳐내야 한다고 배운다. 그래서 그런 감정이 생길 때마다 ‘왜 이러지?’라는 질문과 함께 자책이 시작된다. 하지만 마음공부를 하며 가장 먼저 배운 것은, 그 감정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기보다, 단순히 그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슬픔이 있다면, 아, 지금 나는 슬프구나. 불안하다면, 그렇구나, 지금 내 안에 불안이 올라오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그렇게 바라보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감정은 더 크게 요동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마치 감정이라는 손님이 왔을 때 문을 열고 초대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감정을 고치려 들면 그것은 저항이 되고, 저항은 또 다른 고통을 만든다. 그저 있는 그대로 두었을 때, 감정은 점차 가라앉는다. 이 과정은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길이며, 그저 바라봄만으로도 내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 2. 삶을 조율하려는 욕망을 내려놓고 흐름을 믿는 연습
하루를 시작할 때, 우리는 많은 계획과 의지를 세운다. 오늘은 이렇게 해야지, 저 일은 꼭 마무리해야지.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조바심과 불안이 올라온다. 나의 의지로 세상을 조율하려는 욕망은 때로 큰 피로를 낳는다. 그런 피로한 마음을 느낄 때마다 나는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정말 모든 걸 내가 통제해야만 할까? 혹시 삶이 이미 나를 이끌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공부에서 배운 또 하나의 진실은 ‘흐름을 믿는 것’이었다. 억지로 맞추려 하기보다, 삶의 움직임을 읽고, 그 안에 나를 실어 보내는 법. 이건 쉽게 말하면, 기대를 버리고 흘러가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삶을 더 정성스럽게 바라보는 법이다. 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어떤 감정이 올라오고 있고, 내가 놓치고 있는 신호는 무엇일까? 그렇게 바라보면, 상황은 나를 괴롭히는 적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친구로 바뀐다. 삶은 ‘조율의 대상’이 아니라, ‘동행의 대상’이 되어간다.
🌊 3. 판단하지 않고 바라볼 때, 모든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 우리는 습관적으로 판단을 먼저 한다.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하지만 마음공부는 판단이 아니라 관찰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 사람이 나에게 왜 이러지?라고 묻기보다, 아,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런 느낌을 느끼고 있구나 하고 바라보는 것이다. 판단이 앞서면 감정은 고정되고, 고정된 감정은 다시 나의 반응을 만들며 현실을 왜곡한다. 그러나 판단 없이 바라보기 시작하면 마음은 열린다. 그 열린 마음 안에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판단은 감정을 강화시키지만, 관찰은 감정을 흐르게 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아지는 삶은, 바로 이 ‘비판 없는 관찰’의 힘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무조건 용서하라는 말이 아니다. 단지, 나의 감정부터 이해하고 그 감정이 어떤 뿌리에서 시작되었는지 따뜻하게 바라보는 순간,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 4. 멈춰 서는 순간,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현대 사회는 늘 ‘움직이는 삶’을 강조한다. 무엇을 더 해야 하고,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마음은 그 반대의 방식으로 회복된다. 멈춰 설 때, 고요하게 있을 때, 비로소 들리는 내면의 목소리가 있다. ‘나 지금 괜찮지 않아’, ‘누군가 나를 좀 안아줬으면 좋겠어’ 그런 작고도 진실한 속마음들이 오롯이 올라오는 시간은 대부분 멈춰 있는 순간에 찾아온다. 나는 자주 이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든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다만 나를 바라보는 시간. 그때의 나는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나를 돌보는 존재가 된다.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인데, 마음 깊은 곳에서 치유가 일어나고, 에너지가 다시 살아난다. 바라본다는 건 시간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나를 회복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식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멈춤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삶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 5. 바라본다는 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을 때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마음공부에서 ‘바라본다’는 건 바로 이와 같다. 나 자신의 마음을 들어주는 일, 내 안의 작고 서러운 마음들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바라본다는 건 결국 나를 사랑하는 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그 시작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나의 감정에, 나의 생각에, 나의 속도에 고개를 끄덕여주는 일,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다. 오늘도 무언가에 조급했던 나를 바라보고, 불안해진 가슴을 쓰다듬고, 아무 일 없는 하루를 조용히 앉아 바라보며, 나는 나에게 말한다. “괜찮아, 그대로 괜찮아.” 이 말이 진심이 되려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일 이렇게 바라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이 말이 나의 진짜 마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바라보는 일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나를 사랑하기로 결심한 자만이 할 수 있는 깊은 연습이다.
🌸 바라봄은 고요한 회복의 시작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걸 하며 살아왔다. 위로하려 애썼고, 이겨내려 애썼고, 변화시키려 애썼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변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한 선택’에서 시작되었다. 마음공부는 늘 그렇게 말해준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상황을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바라보라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이미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고. 삶은 싸워 이겨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이고, 감정은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내 마음의 진실을 말해주는 메신저다. 바라보는 연습을 하다 보면 안다. 마음이 괜찮아지기 시작하면, 세상도 괜찮아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을. 바라본다는 건 고요한 회복의 시작이며, 내면의 사랑과 연결되는 가장 자연스러운 길이다. 이제는 무언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그저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알게 될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삶이 정말로 존재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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