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하림 화백과 몽우 조셉킴 화백의 작품 앞에서
한 달에 한 번,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은
마음이 가장 조용히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갤러리 다연"에서
오정엽 선생님의 미술 인문학 강의와 함께 작품을 마주하는 이 시간은
내게 작은 여행처럼 다가온다.
어디론가 떠나지 않아도
그림 속에서 깊고 넓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
어제도 나는 두 화백의 그림 앞에 조용히 멈춰 섰다.
성하림 화백의 소나무,
그리고 몽우 조셉킴 화백의 말.
🌌 성하림 화백의 소나무 – 밤하늘을 머금은 숲처럼 나를 감쌌다
밤하늘을 머금은 숲처럼 나를 감쌌다
성하림 화백의 소나무 그림은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익숙했다.
눈으로는 그릴 수 없는 선들이
부드럽고도 단단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림의 바탕은
마치 밤하늘을 온전히 머금은 듯한 짙고 깊은 색감으로 펼쳐져 있었다.
나는 그림을 보고 있었지만, 그 순간 마치 소나무 숲 한가운데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듯한 기분에 빠졌다.
나는 반짝이는 별빛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속에서 나는 말없이 한참을 머물렀다. 2호의 작은 그림이었지만, 그 안에는 상상보다 훨씬 넓은 하늘과 고요한 공간이 담겨 있었다.
그림이 주는 위로는 설명이 아니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조용해졌다. 그건 별이 주는 느낌과도 비슷했다. 멀리 있지만 늘 그 자리에 있는 존재. 빛나지만 소리 없는 존재.
별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림 속 소나무와 별빛 앞에서 나는 아무런 해석도 없이, 그저 지금 이 순간 안에만 머물렀다. 그게 아마, 그림이 주는 가장 깊은 힐링이었을지도 모른다.
🐎 몽우 조셉킴 화백의 말,
몽우 조셉킴 화백의 말 – 말을 바라보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존재
이 그림은 말의 옆모습만을 담고 있다. 하지만 그 한쪽 얼굴과 부드러운 곡선만으로도 나는 그림 앞에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몽우 조셉킴 화백의 말, 그 존재는 크지 않았지만 그림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말이 내게 다가온 것도 아니고 내가 말을 향해 간 것도 아닌데,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 나는 한 발 물러서게 되었다.
단아함. 우아함. 그리고 쉽게 범할 수 없는 고귀함. 그건 강한 선으로 강조된 것이 아니라, 조용히 숨 쉬듯이 선 안에 스며든 기운으로 전해졌다. 화려하지 않은 색감이 오히려 그 고요한 품위를 더 깊게 만들어주었고, 나는 그 앞에서 어떤 판단도 없이 그림이 가진 기품을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존재만으로 모든 걸 말하는 이가 눈을 마주치지 않고도 나를 꿰뚫어 보는 것처럼. 그림은 작은 캔버스 안에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존재의 기운은 어느 큰 그림보다도 묵직하고 깊었다. 나는 그 앞에서 말을 걸 수 없었고, 그저 조용히, 그림이 허락한 만큼만 바라보았다.
그게 그림이 전한 품위였고, 그림이 보여준 존재의 위엄이었다.
그림은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림 앞에 서면 마음속으로 아주 조용한 말을 듣게 된다. 어제, 이 두 점의 그림은 내 안에 있던 말들을 멈추게 하고, 그림이 허락한 만큼의 고요를 건네주었다.
그래서 나는, 한 달에 한 번 다시 그림 앞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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