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om 님의 블로그

수술실 침대 위, 아무 말 없이 떨고 있는 한 사람의 마음을 본다그녀는 수술실 안, 하얗게 정리된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바닥까지 바짝 내려온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 기계가 켜지고 주사기가 준비되는 낯선 소음들 속에서 그녀는 말없이 떨고 있었다, 누군가 다가와 이름을 확인하고, 주사 라인을 연결하고, 수면마취를 준비한다는 말이 오갔지만, 아무도 그녀의 마음속은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수천 번쯤 무너지고 있었다, 부분마취가 이미 진행되어 손가락은 감각을 잃었고, 몸의 일부가 느껴지지 않자 불현듯 공포감이 몰려왔다, 아직 마취가 깊게 들어가지 않은 그 잠깐의 틈에서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연약한 존재였는지를 실감했다, 겁이 났고, 서러웠..

감정을 말하지 못한 날의 무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가끔은 마음속에 커다란 돌덩이를 품은 채 하루를 살아간다, 아무 일도 아닌 척 웃으며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나도 모르게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실은 단 한 사람에게라도 말하고 싶은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게 더 아프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감정을 숨긴 나의 잘못이 아니라, 감정을 꺼내놓을 수 없도록 만들어진 사회적 분위기, 혹은 지나치게 이해받기를 포기해온 내 삶의 방식에서 비롯된지도 모른다, 우리는 누구나 혼자 울었던 밤을 가지고 있고,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상처 하나쯤은 마음 깊숙한 곳에 묻고 살아간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꼭 거대한 사건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서운했던 한 마디, 외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