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돌보는 시간

작은 감정에도 귀 기울이며, 향기와 그림 속에서 숨 고르듯 나를 바라보는 시간.

삶의 지혜 95

盡人事 待天命(진인사대천명)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의 뜻에 맡긴다.(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 뒤에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뜻합니다.)‘정말 할 만큼은 했어.’ 그렇게 스스로 말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조마조마하고, 생각보다 좋지 않은 소식이 오면 마음 한구석이 쪼그라든다. 아무리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과 앞에 서면 이상하게 작아지는 나. 그럴 때 떠오르는 말이 있다. 바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이다.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뜻. 어쩌면 이보다 더 단단한 마음가짐은 없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수없이 많은 결과를 기다린다. 시험 결과, 면접 발표, 프로젝트 성과, 관계의 회복, 또는 단순한 ..

삶의 지혜 2025.07.05

작은 고요가 가르쳐준 것들

삶은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해야 할 일은 끊임없이 생기고, 멈출 틈 없이 채워지는 하루하루가 이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흐름을 따라가며 살아간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곧 존재의 가치를 증명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마음이 익숙한 사람도 많다. 그런 일상 속에서 문득 모든 것이 멈춰버리는 순간이 찾아오면, 마음 한편에 낯선 공허함이 스며들곤 한다. 해야 했던 일을 하지 못했을 때, 채우던 흐름이 끊어졌을 때, 우리는 종종 ‘무언가 잘못된 게 아닐까’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 멈춤은 쉬는 것이 아니라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고요함 속에 머물러 본 사람이라면 알게 된다. 멈춘다는 것이 단순히 멈춰서는 일이 아님을, 고요..

삶의 지혜 2025.07.04

그리움과 함께 살아가는 법 – 먼저 떠난 가족을 가슴에 안고 사는 날들

누군가를 먼저 떠나보낸다는 건 마음속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일이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 자리는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다. 일상 속 작은 장면에서도 그리움은 불쑥 찾아오고, 기억 속에 잠들어 있던 목소리 하나가 마음을 흔든다. 사람들은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럴까. 시간이 흘러도 아픔은 그대로인데, 다만 그 아픔과 조금씩 살아가는 법을 배워갈 뿐이다. 나는 먼저 떠난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가슴이 미어진다. 문득 그 얼굴이 떠오르면, 마치 지금 이 순간 세상이 멈추는 것 같은 느낌에 잠시 모든 게 흐려진다. 예전의 나였다면, 그런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한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감정을 감당할 수 없어 울음을 터뜨리거나, 억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마음을 닫고 ..

삶의 지혜 2025.07.01

모든 문제의 해답은 내 안에 있다

우리는 무언가 막히고 힘들어질 때마다, 본능적으로 바깥에서 해답을 찾는다. 누군가가 나를 도와주길 바라거나, 누군가가 잘못했기를 바라고, 아니면 상황 자체가 변하길 기다린다. 물론 누군가의 도움이 때로는 필요하고, 외부의 조건이 바뀌면 마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변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다시금 같은 문제는 형태를 달리하여 나를 찾아오고, 그때마다 우리는 또 다른 바깥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것이 반복될수록 삶은 점점 더 지쳐간다. 해결은커녕, 더 큰 무력감에 빠지고 만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왜 나는 똑같은 문제 앞에 서 있는 걸까?’라는 질문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훈련을 받아왔다. 잘못된 사람, 어긋난 운명, 부족한 환경.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본질적인..

삶의 지혜 2025.06.30

나는 왜 받지 못한다고 믿었을까 – 자격 없는 무의식의 뿌리

삶의 많은 순간에서 우리는 ‘받는 것’ 앞에서 멈칫하곤 한다. 칭찬을 받을 때, 선물을 받을 때, 도움을 청할 때, 어떤 사람들은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딘지 불편해하거나 괜히 미안한 마음을 먼저 앞세운다. ‘내가 뭘 했다고’, ‘괜찮은데 왜 줘’라는 말로 애써 상황을 무마하거나, 심지어 누군가의 호의를 거절하기도 한다. 마치 내가 그걸 받을 만큼의 사람이 아니라는 듯, 내가 받으면 다른 누군가가 손해 볼 것 같다는 듯, 그 순간 마음 깊은 곳에 자격 없음의 그림자가 스친다. 이런 반응은 단순한 겸손이나 배려의 표현이라기보다, 마음 어딘가에 ‘나는 충분하지 않다’는 오래된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우리는 자주 타인을 돕고, 베풀고, 나누는 데 익숙해진다. 하지만 막상 나..

삶의 지혜 2025.06.27

받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 내 안의 패러다임 바꾸기

마음공부를 하면서 가장 먼저 배우는 건 감정을 바라보는 법이지만, 그 다음에 마주하게 되는 건 ‘받는 것’에 대한 깊은 저항이다. 누군가의 호의를 받을 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에서, 아니면 단순히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조차 마음 어딘가가 불편해진다면, 그건 단순한 겸손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는 데는 익숙하지만, 받는 데에는 서툴다. 특히 오랫동안 남을 위해 살아온 사람일수록 그렇다. 늘 참고, 맞추고, 배려하며 살아온 이들에게는 ‘받는다’는 행위 자체가 마치 이기적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공부는 말해준다. 받는 것도 능력이며, 때로는 주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 용기를 내기 위해서는 마음속 깊은 패러다임, 즉 ‘나는 받을 자격이 없..

삶의 지혜 2025.06.26

마음공부의 진짜 성과는 삶에서 드러난다

많은 이들이 마음공부를 시작할 때 기대하는 것은 내면의 평온함이다.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기를 바라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무너지던 나약함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명상을 배우고, 책을 읽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연습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잠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다소 가라앉는 것을 느끼고, 얽혀 있던 감정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는 경험은 분명 소중하다. 그렇게 우리는 마음의 결을 천천히 만져가며 살아온 흔적들을 되짚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질문이 고개를 든다. “이 공부가 정말 나의 삶을 바꾸고 있을까?”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내면에 깃드는 고요는 더 깊어지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똑같은 문..

삶의 지혜 2025.06.25

감정의 신호가 보내는 몸의 반응 : 내면의 목소리를 몸으로 듣는 연습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몸 어딘가에 숨는다우리는 감정을 마음의 일로만 여긴다. 그래서 속상해도 "괜찮아"라고 말하고, 화가 나도 웃으며 넘기고, 슬픔이 밀려와도 눈물을 삼킨 채 일상을 살아낸다. 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말로만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올라온 감정은 처리되지 않은 채 억눌리면 결국 신체 어딘가에 숨어든다. 자주 화를 참는 사람은 어깨가 굳고, 서러움을 말하지 못한 사람은 가슴이 답답하며, 늘 불안을 눌러온 사람은 위장 장애나 두통을 겪기도 한다. 이처럼 감정은 기억되고 반응되며 몸의 언어로 표현된다. 감정을 억누른 채 살아가는 삶은 어느새 긴장된 몸으로 나를 감싸고, 우리가 자각하지 못한 사이에 몸은 이미 ‘그 감정’을 대신 살아내고 있다. 감정은 흐를 수 있을 때 건강하다. ..

삶의 지혜 2025.06.24

억눌린 마음이 현실을 만든다 : 마음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

마음엔 언제나 두 개의 문이 있다사람의 마음은 하나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우리는 동시에 이해하고 싶고, 동시에 미워하고 싶다. 사랑하면서도 서운하고, 다정하면서도 거리감이 들고, 참으면서도 속으로 분노한다. 그런데 우리는 살아오며 그 두 가지 마음을 모두 받아들이기보다, '좋은 마음'과 '올바른 감정'만을 선택하려 해왔다. 미움보다는 이해를, 분노보다는 참음을, 질투보다는 축복을 강요하며 살았다. 그러나 그렇게 선택받지 못한 또 다른 감정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감춰질 뿐이다. 우리는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억누르고 눌러두고 외면하는 방식으로 살아왔다. 이해하려 애썼던 그 순간에도, 미워하는 마음은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또 참아야 하지?", "왜 나만 이해해..

삶의 지혜 2025.06.23

나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 사랑과 풍요를 허락하는 연습

받는 일은 늘 어색했다. 누군가 나에게 뭔가를 건네줄 때, 나는 자주 손보다 마음이 먼저 움츠러들었다. ‘이걸 내가 받아도 되나?’, ‘혹시 부담이 되진 않을까?’, ‘갚을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이 먼저 올라왔다. 받은 기쁨보다, 미안함이 앞섰고, 때론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도움을 받는 순간에도 나는 스스로를 작게 느끼곤 했다. 그래서 감사보다는 죄책감을 더 많이 느꼈고, 웃음보다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나의 오래된 방식이었다. 어릴 적부터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착한 사람은 베푸는 사람이고, 강한 사람은 참고 견디는 사람이라고 배웠다.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나 돈, 애정은 어딘가 모르게 낭비처럼 느껴졌고, 누군가에게 받는..

삶의 지혜 2025.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