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친해지는 마음연습》 #2

외로움과 친구 되는 법

 

외로움은 늘 나를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도,
환한 웃음 뒤에 혼자 남겨진 순간에도.
모두가 집으로 돌아간 밤,
현관문을 닫고 나면 어김없이 마음 안으로 스며들었다.

처음엔 그 감정을 부정했다.
‘나는 괜찮아. 외롭지 않아.’
괜히 드라마를 틀어놓고,
음악을 크게 틀고,
이불 속에 들어가 휴대폰을 붙잡았다.
무언가로 채워지면 이 감정도 사라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그 어떤 소리로도 외로움은 지워지지 않는다는 걸.
그건 고요한 물처럼,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었다.

외로움은 없어져야 하는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약하게 만들고,
누군가를 애타게 찾게 만들고,
마음을 불안하게 흔드는 존재라고.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외로움은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버려지지 않고, 잊히지도 않은 채로.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외로움에게 말을 걸었다.
“너 여기 있었구나.”
“괜찮아. 이제 도망가지 않을게.”

외로움은 마치 말을 잃은 아이 같았다.
혼자 두지 않길 바라고,
말없이 옆에 앉아 있어주길 원했다.
괜찮다고, 그냥 그렇게 있어줘도 된다고
조용히 안아주길 바라는 마음처럼.

나는 그 감정이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지 느낄 수 있었다.
무시당하지 않으려고
내 기분을 밝은 척 포장했던 순간들,
"나 외로워"라고 말할 수 없었던 긴 시간들.
외로움은 그 모든 틈 사이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때 알았다.
외로움은 없애야 할 감정이 아니라
이해받고 싶어 하는 감정이라는 걸.
누구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자꾸 숨겼지만,
사실은 너무도 인간적인 감정이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외로움을 조심스럽게 안아주기로 했다.
당장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아.
불쑥 찾아와도 괜찮아.
그저 내 곁에 앉아 있으면 돼.
내가 이제는 너를 모른 척하지 않을게.

조용한 방 안,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있던 그 순간,
나는 외로움과 처음으로 친구가 된 것 같았다.
말이 없어도, 설명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따뜻해지는 관계처럼.

그 후로 나는 가끔 외로움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같이 앉아 있고,
혼자 밥을 먹는 식당의 창가 자리에서도
외로움이 내 맞은편에 조용히 앉아 있는 걸 느낀다.

주말 오후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동네 카페 구석 자리에 앉아 책장을 넘긴다.
사람들 사이의 웃음소리와 음악 소리 속에서도
외로움은 내 안에서 말 없이 나를 바라본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시간들이
괜히 쓸쓸하고 허무하게 느껴졌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조금 다르다.
외로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하루가 불행하지는 않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외로움은 나를 조용히 들여다보게 해주고,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의 틈을
살며시 어루만지게 해주는 감정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외로움을 피하지 않는다.
그 감정이 다녀간 자리는 언제나
조금 더 나와 가까워지는 길이 되어주니까.

이제는 안다.
외로움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 온 게 아니라,
내가 내 안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기 위해 찾아온 손님이라는 걸.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채우느라 바쁘지만,
가끔은 그 빈자리에 조용히 앉아
외로움과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내 마음을 이해하는 소중한 연습이 된다.

혼자인 시간이 꼭 공허한 건 아니었다.
그건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조용한 사랑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