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

🌷《다시, 사랑을 배워가는 중입니다》#3

ohom 2025. 4. 6. 07:30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걸 알기까지

3장.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사랑이라는 걸 알기까지

이한은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좋아도 조용했고,
싫어도 조용했다.

우이는 그 침묵이 늘 어려웠다.
때로는 무관심처럼 느껴졌고,
때로는 벽처럼 느껴졌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없이 지나가는 하루가 많았다.
우이는 그런 날이면 자꾸만
“이한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걸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우이는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좋으면 바로 웃었고,
서운하면 그 자리에서 말했다.
사랑한다는 말도, 고맙다는 말도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한은 달랐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기를 택했고,
행동보다는 마음속으로 곱씹는 것을 더 편안해했다.

우이는 서운했다.
자신은 모든 감정을 내어놓고
함께 나누고 싶은데,
이한은 꼭 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안쪽에서만 움직이는 사람 같았다.

그 다름이,
서로를 자주 멀게 만들었다.

어느 날, 우이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넌 왜 아무 말도 안 해?
내가 뭘 느끼는지도,
넌 모르는 것 같아.”

이한은 한참을 말이 없었다.
그러다 아주 조용히, 말했다.

“나는… 말을 잘 못 해.
생각은 많은데,
어떻게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

그 순간,
우이는 잠시 멈췄다.
그의 말이
변명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이는 다시 돌아보았다.
그가 언제나 조용히 집 안을 정리해주고,
자기보다 우이를 먼저 챙겼던 순간들.
말은 없었지만,
그의 방식으로 다가왔던 마음들이
처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다르다는 건,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었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그가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사람은
각자의 온도로 사랑을 한다.
누군가는 눈빛으로,
누군가는 말로,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것으로.

그걸 몰랐던 우이는
자신의 기준만을 놓고
이한의 마음을 자꾸만 의심했다.

그러면서
이한의 방식은 틀렸고,
자신의 방식은 옳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다.

사랑은,
다름을 받아들이는 일이었다.

그 사람이 나와 같아지기를 기대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대로일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


시간이 지나며,
우이는 이한과의 거리감을
억지로 좁히려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조용히 옆에 앉아 있는 법을 배웠고,
때로는 말없이 손을 잡는 것으로
마음을 전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이한의 침묵 속에서도
사랑이 있다는 걸
조금씩 믿게 되었다.

그게,
우이에게 아주 큰 변화였다.

사랑은
늘 가까워야 하는 게 아니었다.
때로는 간격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들었다.

이한과 우이는
같은 속도로 걷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다른 걸음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비로소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이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태도와 시선의 문제라는 걸.
그리고 가장 큰 배움은,
“너는 나와 달라도 괜찮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걸.